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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드라마🎬

[윤희에게] 눈처럼 쌓여온 그리움, 사람, 사랑에 대한 영화 줄거리 결말 리뷰

by 꿈어빵 2024.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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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윤희의 삶. 윤희에게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던 쥰. 주변인들의 조력으로 마침내 빗장이 열리고 '나'로서 나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은은하게 흘러가지만 그 한 걸음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편지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영화 정보

장       르: 멜로/로맨스

러닝타임: 105분

채       널: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티빙

출       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키노 하나

감       독: 임대형

추       천: ★★★★  

한 줄 평: 오랜 시간 눈처럼 쌓인 서사가 만들어낸 짙은 여운.

출처: 네이버 영화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던 윤희와 쥰. 인물들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세심하게 그려낸 연출이 좋았습니다. 영화 촬영지인 오타루의 겨울 풍경이 두 사람의 설움, 그리움, 사랑을 모두 녹여낸 듯했습니다. 겨울에 보면 더욱 그 감성을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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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줄거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후기

1. 주변 사람들

출처: 네이버 영화

[쥰의 고모]

영화는 '윤희에게' 쓴 쥰의 편지로부터 시작됩니다. 쥰의 책상에 놓인 편지를 그녀의 고모가 부친 것이죠. 그녀는 쥰과 윤희의 재회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그녀는 특유의 따뜻함과 함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을 가진 사람입니다. 쥰에게 건네는 위로, 새봄을 따스히 맞이하는 푸근함. 삶을 먼저 살아본 어른의 지혜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새봄과 경수]

새봄은 엄마 앞으로 온 편지를 보고 쥰, 그리고 과거의 윤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오타루 여행을 제안하죠. 억눌려 있던 윤희의 삶에 전환점이 되는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됩니다. 물론 항상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남자친구 경수도 (몰래) 함께하죠. 둘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도, 대단하기도 합니다.

[인호]

가족들에겐 윤희가 쥰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윤희는 오빠가 소개해준 인호와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이혼한 상태입니다. 엄마와 왜 헤어졌냐는 새봄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하죠. "너네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다"라고요. 영화에서 그가 재혼을 한다며 윤희에게 청첩장을 건네는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둘 중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각자 처절한 외로움을 견뎌냈었겠죠. 행복하라는 윤희의 진심 어린 말에 인호는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2. 오타루

새봄의 제안에 윤희는 결심하듯 직장을 그만두고 오타루로 향합니다. 비로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 거죠. 새봄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눈 내린 오타루에서 유치한 눈싸움도 합니다. 윤희가 쓰던 낡은 필름카메라를 고쳐 쓰는 새봄이는 '아름다운 것만' 카메라에 담는다고 했었죠. 그러던 새봄이는 엄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숨김없는 순간순간의 윤희의 모습은 그럴듯해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죠. 

(아름다움에서 '아름'이 '나'를 뜻한다고 합니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고모,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해. 여기서 산지 몇 년짼데 눈 그치려면 멀었잖아."
"막막하잖아. 일종의 주문이랄까."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던 고모와 쥰의 대화입니다. '눈이 언제쯤 그칠까' 하는 고모의 말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윤희는 쥰의 주소를 찾아가 보긴 했지만, 끝내 용기가 나지 않아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날 새봄이 세운 귀여운 계획대로 쥰을 만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두 사람.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마주 보는 눈빛에 참 많은 게 담겨있습니다. 눈 쌓인 오타루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에 안도감과 짠한 마음이 같이 들었습니다. 

 

3. 쥰에게 (결말)

쥰아,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내 딸 얘기를 해줄게. 이름은 새봄, 이제 곧 대학생이 돼. 
나는 새봄이를 더 배울 게 없을 때까지, 스스로 그만 배우겠다고 할 때까지 배우게 할 작정이야.
편지에 너희 집 주소가 적혀있긴 하지만 너한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한테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만 줄여야겠어. 딸이 집에 올 시간이거든.
언젠가 내 딸에게 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 용기를 내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마음을 울리는 편지글이 참 좋아서 옮겨봤습니다. 윤희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기로 하죠. 쥰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윤희가 가장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김희애 배우의 내레이션이 정말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영화는 끝이 나지만 나지막한 추신 음성 덕분에 오랜 여운이 남을 듯합니다. 

펄펄 끓는 사랑이 아닌,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뭉근하게 덥힌 그들의 사랑이 곳곳에 아련하게 묻어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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