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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서📖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스며들듯 위로가 되는 에세이 책 추천

by 꿈어빵 202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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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엿보며 그들의 깊은 사유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 사람에게 인상 깊었던 책을 읽어보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되죠. 오늘은 제목이 마음에 남는, 안리타 작가님의 에세이 책 하나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책 정보

분      류: 한국 에세이

저      자: 안리타

쪽      수: 155쪽

추      천: ★★★★

한 줄 평: 고요한 밤, 구겨진 편지를 펼치면 들려오는 이야기

▷총평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출처: 교보문고

 

 

제목이 참 매력적이어서 손이 갔던 책이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속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제목은 [이, 별의 사각지대]라는 작가의 책 한 구절에서 인용한 문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창밖으로 잘 접은 편지를 날렸다. 그것은 새 한 마리처럼 서서히 하강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사랑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실패한 채로 하얗게 누워 죽은 새를 흉내 내고 있었다.

 

책의 소재인 구겨진 편지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아무래도 고백은 대답하지 않아요. 마음은 늘 환상에 의지했고 부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는 사랑이 되지 못했어요. 서로는 너무나 무관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을 상기해야 했죠. 그것을 쓰고자 했어요."

새벽녘, 창문으로 새어드는 희미한 빛 속 조용한 방 안에 홀로 있는 사람이 떠오르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담담하게 흘러가는 책입니다. 같이 저 밑으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마음을 토닥이는 에세이입니다.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 책 소개

안리타 작가는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에서 사랑의 아픔과 삶의 심연을 꿰뚫습니다. “당신을 오래오래 떠올렸다. 그렇게 흘러가는 공허가 많고 많았다.” 외로이 홀로 지새우며 숨죽여 울 것 같은 밤. 쓸쓸히 들리는 풀들의 울음 속에서 저자가 전하는 언어는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는 듯합니다. 절망 속에서 아픔의 눈물을 흘려본 이라면 이 글이 가슴 깊이 와닿을 것이라 합니다.

▷와닿은 부분

여기 없는 시간 밖으로 멀리 다녀온 날은 시차를 견디어 내느라 어김없이 몸살이 나곤 했다.

 

주로 우린 과거로, 그보다 더 먼 과거로 훌쩍 시간여행을 떠나버립니다. 그 때의 나, 우리, 어쩌면 그 시절의 향기가 그리워서 말이죠. 한껏 끌어안아봐도 지금으로 끌고 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사랑한다, 보다도 사랑일까, 의심하는 순간이 더 사랑 같아서.

 

혹시 이게 사랑일까 의심하고, 확인하고, 곱씹는 그 순간.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어 더 사랑 같은 순간.

내 곁에서 너는 없는 것 같아서. 산 것이 눈앞에서 꼭 죽은 것 같아서. 너의 시선의 깊이를 엿보면 너의 초점은 지금 어느 시절의 죽은 것을 살리려 하는지. 흔들어 깨우나 내가 흔들리는 거 같아서. 눈을 감으니 내가 죽은 거 같아서.

 

곁에 있지만 부재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텅 빈 눈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을 마주하면 무력해지는 스스로를 봅니다. 

[눈빛]
오래 흔들렸다.
마음 구석구석 스미던 그 눈빛을 잊지 못해서.
눈동자와 눈동자가 뒤섞이던 멀미를 밤바다를 그 검은 내면을
서로를 바라보던 일초, 이초, 삼초
그렇게 정적은 흘렀나 보다.
침묵의 내부마다 파도가 감겼다.
그 몇 초의 멀미가 그 몇 초의 맥박이
아직도 내 안을 타고 돈다.
당신을 본 이래
내 것이 아닌 채로 방황하는 그 감각을
잃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눈을 마주보면 깊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순식간에 휘몰아치듯 엉켜버려 아무 말 없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린 듯한 느낌. 형언할 수 없는 그 때의 감각이 예고없이 안을 휘젓고, 이전과 같지 않음을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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