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는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흔들림 끝에서 용기를 주는 성장소설입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년과, 고양이로 둔갑한 악마의 만남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감정과 상황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누구나 금방 독서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악마의 유혹이 이어지고 이를 헤쳐나가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무수히 흔들리는 우리의 삶에 단단하게 각자의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을 배웠습니다.
▷책 정보
분 류: 청소년 소설
저 자: 나혜림
쪽 수: 212쪽
추 천: ★★★★★
한 줄 평: 온전히 '나'로 사는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총평
우리는 때때로 삶에서 예상치 못하게 '클로버'를 만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로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눈앞에 불쑥 나타난 클로버를 잽싸게 잡아채기 십상입니다. 특히 그때의 우리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면 더욱 절실히 붙잡게 되겠죠.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클로버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과연 이것이 행운일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유혹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는 여의치 않은 환경 탓에 일찍 커버린 소년 앞에 그의 삶을 통째로 흔들 악마가 나타납니다. 악마는 계속해서 매력적인 제안을 하게 되고 그때마다 소년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둘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동시에, 소년이 이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도 됩니다. 만약 내가 소년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끝내 소년이 선택한 삶에 힘껏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쳐주고 싶어 집니다. 어쩌면 뻔하고 흔한 교훈을 주는 소설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아보려 하는 이들"을 향한 작가의 따스하고 건강한 시선이 느껴져 저 역시 위로를 받았습니다. 소년과 또래인 중고등학생들에게 특히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클로버 줄거리
클로버 책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정인'의 이야기입니다. 정인이는 그저 백만 원을 모으는 게 꿈인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하지 않은 중학생이죠. 친해지고 싶은 소녀 '재아'의 옆에 낡은 운동화 차림으로 나란히 서기 부끄러운 여느 소년과 같은 정인에게 어느 날 달콤한 유혹이 찾아옵니다. "모든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에 온 걸 환영해, 소년. '만약에.' 그 한 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어.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지옥에서 휴가를 나온 악마, '헬렐'이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정인 앞에 나타납니다. 그에게 정인의 삶은 무너뜨리기 쉬운 먹잇감으로 보였고, 그저 인간의 욕망을 흔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맹랑한 소년이 한마디도 안 진다는 걸 알기 전까지 말이죠. 과연 정인은 유혹 앞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인상 깊은 부분
할머니는 해와 함께 나가서 해와 함께 들어온다. 해가 녹진하게 풀어져 노을로 번질 즈음에야 일을 마치는데, 지대가 높은 정인의 집 골목에서 보면 꼭 할머니가 해를 떠메고 오는 것 같다. 하루 내 일한 빛을 리어카에 싣고 끄느라 저리 등이 굽으셨나.
몸은 급하게 크는데 안쪽은 옹골차게 차오르질 못하고 비었는지, 정인은 눈동자가 깊고 말이 없는 아이로 자랐다. 하지만 그 휑한 안쪽에선 분명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급하게 철들며 포기해야 했을 욕심들이 소년 안에서 뭉근하게 숙성되었기에, 너무 일찍 밥값의 무게를 알아버린 어린 눈에 비친 세상은 소년의 영혼에 풍미를 더해 주었고, 소년이 곱씹어 삼킨 외로움은 근사한 고명이 되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할머니의 의지와 부지런함이 느껴집니다. 할머니의 굽은 등에 대한 표현에서 할머니의 고달픔과 애환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이를 바라보는 정인의 마음이 어떨지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또한, 형편이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포기한 욕구와 늦게 깨달아도 됐을 현실까지 켜켜이 쌓여 지금의 정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 그렇게 바른 애 아니라고요. 살아야 하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 거예요. 만약 제가 바르게 안 살면요? 그러면 후원자님이 저를 차버릴까요? 노닥거릴 여유가 있으면 저도 애들이랑 몰려다녔을 거고, 돈만 있으면 저도 에어맥스 구겨 신었을 거예요."
한 칸짜리 집에는 갈등을 넣어 둘 수납공간이 없다. 그러니 눈에 훤히 보여도 딴청을 부리며 적당히 넘어가야 했다.
소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남보다 단단한 정인이지만, 사실 아직 10대 소년일 뿐이죠. 아무리 단단하고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졌다 해도 종종 상황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입니다. 스스로 나아가보려 하지만 상황은 사정없이 우리를 흔들어대고, 그런 순간 유혹이 찾아온다면 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래 부분은 마지막에 결국 정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원하는 게 없다고? 말이 돼? 여긴 네가 만든 공간이야. 네 욕망, 네가 상상하는 모든 것!"
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말이 맞아요. 그래서 여기 없다는 거예요. 여긴 나밖에 없잖아요."
... 난 싫어. 잃어버리기 싫어. 내 마음대로 안 풀린다고 걷어차 버리고 싶지 않아. 기억도, 삶도,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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